우미래 리포트

[이사장 칼럼] 전기자동차와 미래형 국가리더십

작성자
Ourfuture
작성일
2017-03-23 09:41
조회
198
[매일경제_세상읽기] 전기자동차와 미래형 국가리더십

2017.03.22


"4차 산업혁명은 쓰나미처럼 찾아올 것이다." 다보스포럼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지난 17일 제주에서 열린 `글로벌 EV(전기자동차) 서밋`은 그런 날이 머지않았음을 보여줬다. 다보스포럼에서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이끌고 있는 안드레이 베르디체프스키는 서밋 기조연설을 통해 "뉴욕, 보스턴, 런던 등 많은 도시들이 10년 이내에 자율주행자동차가 새로운 현실로 자리 잡을 것이라 예상하고 도시계획에 이를 이미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보스턴시가 보스턴컨설팅그룹과 함께 실시한 시뮬레이션을 사례로 들었다. 공공교통수단이 56%, 자가용이 33%, 택시 등이 11%를 차지하고 있는 보스턴은 `점진적 변화`와 `혁명적 변화` 두 가지 시나리오로 10년 뒤 미래를 예측했다. 자율주행자동차와 차량공유시스템이 완만하게 결합한 `점진적 변화`에 따르면 공공교통은 50%, 공유형 자율주행택시는 22%, 자율주행자동차는 11%를 점유하고 전통적 자가용은 11%로 떨어질 것으로 나타났다.

`혁명적 변화`는 로봇이 운전하는 수준의 완전자율주행-공유시스템을 상정한 것인데 이 경우 공공교통은 34%, 자율주행 미니버스는 28%, 자율주행택시는 24%, 공유형 택시는 24% 그리고 공유형 자율주행자동차는 1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통적 자동차는 완전히 자취를 감춘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점진적 변화의 경우 자동차의 11%, 혁명적 변화의 경우 무려 28%가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과 공유경제가 결합하면서 자동차는 `소유`가 아니라 `경험`의 대상으로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얘기다. 주차공간도 크게 줄어들어 점진적 변화는 16%, 혁명적 변화는 48%의 주차장 감소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언제든 필요할 때 자동차가 알아서 찾아오는 시대가 열리면서 구태여 차를 주차해둘 필요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자율주행자동차의 3분의 2 이상은 전기자동차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컴퓨터를 석유나 가스, 석탄으로 구동하지 않는 것처럼 전자제품으로 발전하고 있는 미래자동차가 전기로 움직인다는 건 순리 아니겠는가. 보스턴시는 이로 인해 CO2 배출량이 각각 42%(점진적 변화), 66%(혁명적 변화) 감축될 것으로 분석했다.

`에너지혁명 2030`을 저술한 토니 세바는 "1900년 뉴욕 5번가에 자동차가 등장한 지 13년 만에 마차가 거의 사라졌다"며 "에너지·교통 혁명이 가져올 도시의 변화는 그보다 더욱 빠를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그의 말이 허풍이 아닐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얘기는 보스턴과 같은 특정 도시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글로벌 EV 서밋과 함께 열린 제주 국제전기차 엑스포에서는 국내 소비자에게 첫선을 보인 GM 볼트 400대가 2시간 만에 완판되는 기록을 달성했다. 1회 충전으로 380㎞ 이상을 주행하는 성능 덕분인데 그 핵심인 배터리와 주요 전장품은 국내 기업 LG가 만들고 있다. 이웅범 LG화학 사장은 이번 서밋에서 "3년 뒤면 500㎞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가 나올 것"이라 발표했는데 내부적으로는 이미 기술적으로 완성된 상태라 전하기도 했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는 현대자동차그룹도 드디어 `현대속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자유`를 키워드로 그 중심에 섰다. 다보스에서 친분을 다진 빌 게이츠와 함께 미래자동차를 도모하기도 했던 정 부회장은 올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아이오닉 자율주행자동차`를 시연한 데 이어 조만간 장거리 전기차와 초연결 인공지능을 결합한 신차를 출시해 건곤일척의 승부를 걸 각오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국가리더십에 있다. 서밋은 새로운 변화의 승자가 되기 위해선 `민첩하고도 유연한 규제(agile and flexible regulation)`를 최우선 순위로 손꼽았는데 불행히도 대선 후보 대부분은 과거에 함몰된 채 이런 문제엔 일언반구도 없는 모습이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기회는 물론 그 이면에 자리 잡을 일자리와 보안문제 등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할 미래지향적 리더십이 절실하다. 시계를 거꾸로 돌린 리더십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우리는 이미 쓰라리게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미래는 이미 와있는데 말이다.

[김상협 카이스트 초빙교수·우리들의 미래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