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래 리포트

[이사장 칼럼] 처음 겪는 일들과 오래된 리더십

작성자
Ourfuture
작성일
2017-05-11 10:35
조회
47
[매일경제_세상읽기] 처음 겪는 일들과 오래된 리더십

2017.04.26

 

우리는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을 겪고 있다. 앞으로 더 그럴 것 같다. 먼저 북한이다. 안보위기야 늘 상존해왔지만 `북한이 6~7주마다 핵폭탄 1개씩 만들 수 있다`는 정보는 처음 나왔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거대한 게임 체인저`로 거론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사들을 모두 불러 이를 `진짜 위협(real threat)`이자 `커다란 세계적 문제(big world problem)`로 규정했다. 한반도 문제가 미국 대통령의 가장 큰 의제가 된 것은 6·25전쟁 이후 처음인데 미국과 세계의 문제로 커진 게 좋은 건지 아닌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하여간 처음이다.

중국은 또 어떤가?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말했다는 보도가 흘러나오는가 하면, `미국이 북핵 시설을 선제공격하더라도 중국의 군사적 개입은 불필요하다`는 중국 관영매체의 사설도 나왔다. 이런 초유의 일을 맞이한 한국에 대통령은 탄핵으로 없고 대행만 있는 것도 처음 겪는 일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미·중의 `러브콜`을 동시에 받는다고 자랑하던 외교부는 한국을 건너뛰는 `코리아 패싱`에 말이 없다(19세기 구한말을 연상시키는 일이니 처음은 아니라고 위안해야 할까?).

먼지 문제에 불과해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를 괴롭히는 초미세먼지 문제도 사실 `근대성(modernity)`의 위기를 알리는 징후다. 초미세먼지의 근본 원인은 석탄화력발전, 디젤자동차, 굴뚝형 산업과 건설 현장에 있다. 이른바 산업화의 산물로 이 시대 인류의 최대 리스크로 떠오른 기후변화의 원인과 일치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회원국 중 한국이 대기오염으로 목숨을 잃을 확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될 것이며 이로 인한 국내총생산(GDP) 손실도 회원국 중 가장 높은 0.63%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자랑해온 성장 방식이 앞으로는 오히려 성장을 훼손하게 되리라는 경고와 다름없다. 신흥 국가의 발전 모델로 손꼽히던 한국이 이제 구체제 경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가로 낙인찍히고 있으니 이 또한 처음 겪는 일이다.

인구 변화는 더더욱 그렇다. `인구절벽`의 저자 해리 덴트는 필자와 함께 진행한 세계지식포럼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고령화의 길로 빠져들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한국이 그만큼 부자 나라인가에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도 아닌 한국이 인구절벽, 소비절벽, 일자리절벽, 재정절벽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견뎌내겠느냐는 우려다. `장수기술(longevity technology)`의 발전은 아찔하기까지 하다. 구글 비즈니스 X의 공동창업자 서배스천 스런은 서울디지털포럼에서 "기술적 관점에서 인간수명을 120세까지 늘리는 일이 완성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ASA)라는 국제기구에서는 `노인`을 재정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기도 하다. 60세까지 살면 드물게 오래 살았다며 환갑잔치를 하던 게 엊그제 일인데 이미 기대수명 80세를 넘어 100세 이후로까지 가는 `긴 현재(long-now)` 시대를 지금까지의 교육과 고용, 연금과 복지시스템이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이야말로 처음 겪는 일이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가세한다. 천재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예고한 것처럼 인공지능의 비약적 발전으로 기계총지능이 인간총지능을 능가하는 `특이점`이 눈앞에 와 있다(이미 넘어섰는지도 사실 잘 모른다). 인간의 일자리가 전례 없는 범위와 속도로 기계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에 대비해 `로봇세`와 `인간 기본 소득제`를 준비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른다(unknown unknown)`는 말처럼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기회와 도전조차 아직 파악되지 못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과거 연장선에서 종래의 방식으로 우리가 처음 겪는 일들을 풀어나갈 수 없다는 데 있다. 불연속적 변화가 가속화하는 `포스트 모던` 시대에 미래를 통찰하는 리더십이 그래서 중요하다. 너무도 구태의연한 대선후보 TV토론을 지켜보며 낡은 주제, 오래된 리더십에 낙심하게 되는 것은 필자뿐일까. 우리들의 미래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을 듯하다.

[김상협 카이스트 초빙교수·우리들의 미래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