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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 칼럼] 5년마다 에너지 정책변경은 곤란… 독립된 에너지 기구 필요

작성자
Ourfuture
작성일
2017-06-30 18:20
조회
53
[조선비즈_기고] 5년마다 에너지 정책변경은 곤란… 독립된 에너지 기구 필요

2017.06.3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국내 최초의 원전 고리 1호기를 40년 만에 영구정지하는 기념식에 참석, 이날을 탈핵·탈석탄의 '대전환'의 기점이라 선언했다. 이에 따르면 전력생산에서 70%에 달하는 석탄(39.3%)과 원자력(30.7%)의 비중이 2030년이면 절반 이하인 43%로 축소(석탄 25%, 원전 18%)된다. 반면 23.5%에 불과한 LNG(18.8%)와 신재생에너지(4.7%)의 비중은 57%로 급증(LNG 37%, 신재생 20%)한다.

말 그대로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만든 7차 전력수급계획은 전면 철폐될 운명이다. 문 대통령이 '대전환'이라고 표현한 것은 결코 과언이 아니다. 저탄소 청정에너지로의 방향성은 올바르다 하겠지만 도전적 과제는 결코 만만치 않다.

첫째, 청구서의 문제다. 새 정부의 탈원전과 탈석탄 정책 기조를 그대로 추진할 경우 향후 10년간 170조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원전 20GW(기가와트)를 줄일 경우 현재 연평균 50만원 정도의 전기요금에 100만원 가량이 추가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요컨대 에너지 전환은 세금과 요금 문제와 직결되는데 '총론 찬성, 각론 반대'의 현실을 어떻게 돌파하느냐의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이 국가 에너지 정책에 대한 로드맵 마련과 사회적 합의를 거듭 강조한 배경인데, 당초 6월로 예정됐던 8차 전력수급계획이 연말로 미뤄진 것은 그 지난함을 보여준다.

둘째, 미래에너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다. 대통령의 탈핵, 탈석탄 선언 닷새전에 열린 미래에너지포럼에 참석한 리처드 뮬러 미국 UC버클리 교수는 탈석탄에 초점을 둘 것을 권고했다. 석탄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과거 에너지'인 반면 원자력은 여기에서 자유로운 '미래 에너지'로 차세대 분산형 원자로 등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이유에서다.

세계적인 물리학자로 '대통령을 위한 에너지'를 저술한 뮬러 교수는 특히 "한국은 미국에 비해 절반 가격으로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며 "에너지 정책은 이념이나 심리가 아니라 과학에 기반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는 재생에너지가 제왕의 자리에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윈스턴 처칠이 강조했듯 에너지정책의 기본은 다양성(Diversity)에 있다. 에너지 믹스(Mix)는 미래를 향해 열려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셋째, 에너지 안보의 문제다. 탈핵을 선언한 유럽의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는 필요시 이웃 나라에서 전력을 수입할 수 있다. 전력망이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과감한 에너지 전환에 나설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은 전력망에 관한 한 일본과 마찬가지로 섬나라와 다름없다. 탈핵을 선언한 일본이 원전 재가동에 나서고 있고 대만도 유턴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고립된 전력망에서 비롯된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동안 미래에너지포럼에서 수차례 논의했던 동북아 슈퍼 그리드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전력회사는 이미 몽골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기반으로 원전 2기 규모의 전력망 연결을 위한 기술적 타당성 조사를 성공리에 마친 바 있다. 러시아의 풍부한 수력과 가스를 기반으로 한반도와 일본을 잇는 전력망도 가능성이 있다.

넷째, 에너지 정책 거버넌스(Governance)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녹색성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도외시 됐고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다시 이를 뒤집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만약 5년 뒤 새 정부가 이를 또 바꾸려 든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필자에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처럼 정권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에너지정책기구를 제안한 바 있다.

미국도 못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에너지 전환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뉴 모빌리티와 차세대 네트워크의 4차 산업혁명 기회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예측 가능하고 지속가능한 거버넌스 구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김상협 카이스트 초빙교수·우리들의 미래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