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래 리포트

[이사장 칼럼] 평창올림픽 폐막 이후 한반도 성공조건

이사장칼럼
작성자
Ourfuture
작성일
2018-02-22 10:37
조회
175
[매일경제_세상읽기] "평창올림픽 폐막 이후 한반도 성공조건"

2018.02.22

이제 사흘 뒤면 평창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린다. 당초 2월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은 18대 대통령이, 2월 25일 폐막식은 19대 대통령이 참석하는 `진풍경`이 예정돼 있었지만 헌정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지난해 5월 10일 조기 대선에 당선한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과 끝을 다 맡았다. 따라서 이번 평창올림픽은 온전히 문재인정부의 몫으로 기록될 것이다.

평창올림픽은 시작 단계에서는 `평양올림픽`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남북한의 정치 외교적 측면이 부각됐지만 선수들의 열띤 경쟁 속에서 시간이 갈수록 스포츠 본연의 모습으로 회귀했다.

하지만 이방카 트럼프가 폐막식에 등장하는 평창올림픽은 개막식의 김여정과 맞물려 다시금 그 성격을 달리하게 될 것이다. 이른바 `포스트 평창` 국면으로의 급속한 전환이다. 주지하듯 평창 그 이후의 하이라이트는 북·미 대화와 남북정상회담 여부다. 미국은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북한과의 대화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평창올림픽 리셉션에서 북한 측 대표와의 테이블 동석을 거부한 것은 그 분명한 시그널이다. 펜스 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보도는 `대화를 위한 사전대화`의 가능성일 뿐, "만약 대화할 기회가 있다면 그들에게 미국의 확고한 비핵화 정책을 전할 수 있을 것"이 그의 진의다. 아버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방카를 개막식이 아닌 폐막식에 보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방카는 일부 미국 언론이 지적하듯 `깡패국가`의 혈육과 자신이 비교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방한에서 북·미 대화에 관한 언질은커녕 인권과 여성 등 북한이 아파하는 인류 보편적 의제로 자신을 부각할 공산이 높다.

북한 역시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에는 결코 응하지 않을 것이다. 노동당 기관지는 평창올림픽 기간 중 "할 일을 다해놓고 가질 것을 다 가진 우리는 미국과의 대화에 목말라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핵무장을 완성한 마당에 웬 비핵화 회담이냐는 김정은의 속내를 반영한다. 북한은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해 공을 문재인정부에 넘겼는데 "남북정상회담에 마음이 급하면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는 문 대통령의 말처럼 `여건`은 좀처럼 마련되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반도가 미·중 패권 경쟁 사이에 끼어 있다는 점이다.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는 "중국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국가가 되려 할 것이고 미국은 우방과 이를 저지하려 들 것이기에 앞으로 야기될 안보 경쟁은 아시아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며 한반도가 그 같은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에 빨려들 가능성을 예견해왔다.

그렇다고 해도 남북이 한자리에 모인 `평창 효과`를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일촉즉발의 대결 국면에서 남북정상회담까지 거론되는 국면 전환이 이뤄졌으니 말이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이 `주적` 북한과 대화한 것에 대해 희망과 의심이 교차한다는 사설을 썼는데 이게 트럼프 행정부의 내심에 가까울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접촉을 통한 변화`를 이끌어낸 동방정책의 교훈을 다시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독에 접근, 접촉을 통해 변화를 유도하자`는 발상에서 시작된 서독의 동방정책은 `돈으로 자유를 사자는 것이냐`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1970년 동서독 정상회담 이후 1990년 독일 통일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지속됐다. 특히 사민당의 빌리 브란트 총리와 헬무트 슈미트 총리를 거쳐 기민당의 헬무트 콜 총리에 이르기까지 이 같은 동방정책은 초당적으로 계승 발전됐고 자유민주당 대표인 한스디트리히 겐셔는 연립정부에서 16년간 외무장관 겸 부총리를 역임했다. 특히 브란트가 발탁한 동방정책의 책사 에곤 바르는 콜 총리까지 중용해 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했다.

이 과정에서 서독은 중거리 핵탄도 미사일 퍼싱투 배치에 협력하는 등 미국과의 신뢰 확보를 최우선시하면서 소련을 설득하는 입체외교에 총력전을 펼쳤다.

요약하자면 동방정책의 성공은 초당적 협력, 정책의 지속성, 우방과의 신뢰라는 3박자가 결합해 이뤄진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미동맹의 균열 조짐과 더불어 협치 대신 보수 궤멸, 이전 정부 인재 퇴출의 길로 향해온 문재인정부가 평창 이후 어떠한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은 이제부터다.

[김상협 카이스트 초빙교수·우리들의 미래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