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래 리포트

[이사장 칼럼] 식목일과 지속발전, 그리고 파트너십 정치

이사장칼럼
작성자
ourfuture
작성일
2018-04-06 15:59
조회
145
[매일경제_세상읽기] 식목일과 지속발전, 그리고 파트너십 정치

2018.04.05

오늘은 식목일입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듬해인 1949년에 공휴일로 지정된 식목일은 1960년 한 차례를 빼고는 2006년 공휴일에서 제외될 때까지 매년 각별한 날이었습니다. 압축성장 산업화를 위해 온 국민이 밤낮없이 일하던 나라에서 나무를 심으라고 하루를 쉬게 해주었니까요. 덕분에 한국은 국토 면적의 27%까지 황폐화된 산림을 십수 년 만에 복구해 한강의 기적과 더불어 녹화의 기적을 만든 나라가 되었습니다.

월드워치연구소 설립자인 세계적 환경운동가 레스터 브라운이 한국의 녹화 사례는 단연 세계 최고라고 격찬했지요. 산은 원래 붉은색인 줄 알고 자랐던 필자 역시 이제 산은 당연히 푸른색이라고 여기는 자녀들과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치적을 이어가려는 이들은 찾기 어렵습니다. 한마디로 지나간 정권의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 북한으로 장면을 바꿔보지요. 분단 이전 남한보다 훨씬 울창했던 북한의 숲은 더 이상 푸르지 않습니다. 산림과학원과 유엔환경계획(UNEP) 등에 따르면 북한의 산림은 최소한 3분의 1 이상이 황폐화됐다고 합니다. 오지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붉은 산이라는 뜻인데 홍수와 가뭄, 식량난으로 직결되는 악순환의 고리이기도 합니다. 김정은 북한 지도자가 매년 신년사에서 조림을 '전투'에 비교하며 획기적 노력을 주문하는 까닭인데 부진한 책임을 물어 장관급 산림담당 책임자를 처형했다는 후문도 있었습니다. 북핵 문제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타결된다면 북한은 중국이 그랬듯 산림녹화를 비롯해 전력, 교통, 통신 등 사회간접자본 전반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발전 모델을 벤치마킹하리란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 산림은 2015년 유엔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고도 깊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합의된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도 들어가 있습니다. 지속 발전의 원조는 세계환경개발위원회가 1987년 발표한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 보고서로 "미래 세대의 욕구(needs)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그 핵심 개념으로 정립했습니다. 나무 없는 생태계는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상상할 수 없으니 SDGs가 된 건 당연한 거지요. 나무는 더구나 기후변화에 대응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현존 최고의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테크놀로지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실 2015년 같은 해에 체결된 파리기후협약은 청정에너지를 비롯해 물과 식량, 산림에 이르기까지 지속가능발전목표와 동전의 양면처럼 깊은 상관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지난주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의장에 취임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기후 대응을 잘하면 SDGs 대부분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맥락입니다. 2012년 리우+세계정상회의에서 녹색경제를 지속 발전의 핵심으로 삼기도 했지요. 그런 면에서 정작 한국에선 '녹색'이 이전 정권의 유물로 취급받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정파와 이념을 넘어 우리 모두의 미래에 관한 것인데 말이지요.

# 빈곤 추방, 불평등 해소, 양질의 교육, 정의와 평화에 이르기까지 17개 SDGs는 하나하나가 대단히 중요하지만 그 실천은 매우 어렵습니다. 지속 발전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는 제프리 색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지속 가능성의 요체는 정책의 지속성과 파트너십에 있다"며 '협치의 거버넌스'를 이끌 정치를 거듭 역설하는 이유입니다.

고3에서 중3까지 매년 대학 입시 제도가 바뀌는 나라, 30년 만에 개헌을 한다면서 국민과의 숙의는 생략하는 나라, 미래 세대를 위해 아껴둬야 할 재정을 현안 처리에 손쉽게 쏟아붓는 나라, 청산할 대상과 축적할 대상을 변별하지 않는 나라, 코드에 맞춰 편을 가르는 나라. 지속 발전 시대가 요구하는 정치의 모습과는 아무래도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거창한 얘기로 들린다면 집 앞에 쌓인 비닐폐기물 좀 빨리 치워주시고, 봄날의 아름다움을 앗아가는 미세먼지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셨으면 합니다.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시민이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좀 더 따끔해지시고요. 식목일의 민원이었습니다.

[김상협 카이스트 초빙교수·우리들의 미래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