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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 칼럼] 다음 세대를 위한 정치는 없는가

이사장칼럼
작성자
ourfuture
작성일
2019-06-07 17:28
조회
248
[이사장 칼럼] 다음 세대를 위한 정치는 없는가

2019.06.06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20대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는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45%, 부정 평가는 45%로 '동률'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 43%(부정평가 39%) △30대 61%(부정평가 26%) △40대 57%(부정평가 34%) △50대 40%(부정평가 54%) △60대 이상 30%(부정평가 62%)로 집계됐다.

20~40대 가운데 20대의 부정 평가가 단연 높은데 한국갤럽의 3월 발표에 따르면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석 달간 전체 연령층의 문 대통령 월평균 지지율은 40대 후반에서 큰 변화가 없었지만 20대에선 51%에서 47%로 하락세가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오피니언'이라는 기관의 조사 결과는 더욱 드라마틱하다. 이달 1~2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20대의 긍정 평가는 39.5%로, 40% 아래로 추락했다. 지난해 10월 조사에서 20대의 긍정 평가가 76.7%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다.

진보를 표방한 문 대통령에 대해 취임 초 90%에 육박하는 지지를 보냈던 20대의 이 같은 '이반' 현상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청년 실업'을 주된 이유로 손꼽는데, 필자는 보다 크게는 현 정권이 미래 세대에 비용과 부담을 전가하며 '지속가능발전' 정신을 위배하고 있는 데 그 본질적 이유가 있다고 해석한다.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가 1987년 발표한 '우리 공동의 미래'라는 보고서는 지속가능발전을 "미래 세대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욕구를 충족하는 발전"이라고 정의했다. 한마디로 '세대 간 형평'이 지속가능발전의 핵심이다. 유엔은 2015년 세계정상회의를 개최해 17개 목표(SDGs)를 설정했다. 지구촌의 보편적 지침으로 자리 잡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필수 과제로는 안정적 재정구조를 확보하고 살 만한 환경을 물려주는 일이 손꼽힌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삼아온 국가채무비율 40%를 대통령 말 한마디로 상향 조정하고 수십조 원 규모인 지역개발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한 것은 내년 총선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정년 연장 방침은 고령자에게 환영받겠지만 경직된 노동시장을 감안하면 청년들 일자리는 더욱 제약받을 수 있다. 그대로 내고 더 많이 받도록 하겠다는 연금제도 개편안이나 사회 복지는 늘리되 증세는 하지 않겠다는 것은 현 세대에는 달콤한 얘기지만 그 뒷감당은 다음 세대가 짊어질 수밖에 없다.

'탈원전'으로 한국전력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정부 출범 초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물망에 오르던 차관 출신 한 관료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정책은 다음 정부와 다음 세대가 그 부담을 고스란히 뒤집어쓸 수밖에 없어 장관직 제의를 고사했다"고 말했다. 갈수록 악화되는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는 미래 세대의 생존 환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부랴부랴 국가기후환경위원회라는 조직을 발족했지만 국제사회에 공언한 감축 목표 달성은커녕 늘어만 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어떻게 공개할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만의 얘기는 아니다. '기성세대가 우리 미래를 빼앗아간다'며 150여 개국에서 등교거부 운동을 일으킨 스웨덴 여학생 그레타 툰베리, '우리 스스로를 말하자(Speak Yourself)'며 21세기의 비틀스로 떠오른 방탄소년단(BTS)은 미래 세대의 상실감과 분노, 그리고 연대 의식을 보여주는 사례다.

필자는 얼마 전 덴마크와 한국 대학생들이 참여한 '지속발전을 위한 이노베이션 스프린트'를 주관했다. 젊은 세대의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역량은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함께한 프레데리크 크리스티안 덴마크 왕세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음 세대가 하루라도 빨리 지속발전 시대에 주역이 되도록 발판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청년을 위한답시고 어설픈 대책을 내놓는 것보다 차라리 '꼰대'들이 이들에게 자리를 비켜주는 게 다음 세대를 위한 정치 아닐까. 정치인(politician)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statesman)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는 말의 '비현실성'을 절감하는 요즈음이다.

[김상협 카이스트 초빙교수·우리들의 미래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