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래 리포트

[이사장 칼럼] 新기후체제는 다가오는데…

이사장칼럼
작성자
ourfuture
작성일
2019-09-02 10:45
조회
72
[이사장 칼럼] 新기후체제는 다가오는데…

2019.08.29

오는 9월 21~23일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에서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대규모 정상회의가 코펜하겐(2009년), 뉴욕(2014년), 파리(2015년)에 이어 10년 사이에 무려 네 번째로 열리는 것이다. 이번 회의를 소집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리는 2015년 역사적인 파리기후변화협정을 만들었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의 3분의 1도 못 하고 있다"며 "이번 뉴욕 기후 정상회의를 통해 새로운 정치적 모멘텀을 창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196개국이 서명한 파리기후협정은 헌법처럼 선언적이고 규범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이를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세세한 '이행지침(rulebook)'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역대 기후변화 협상이 그래 왔듯이 그 성과는 아직까지 지지부진한 상태다. 2021년 신(新)기후체제 출범이 불과 1년 남짓 코앞으로 다가온 점을 감안하면 아찔할 지경이다. 이제 남은 건 올해 말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릴 25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25)와 내년에 영국과 이탈리아가 공동 개최할 26차 총회(COP26) 단 두 차례뿐이다.

더욱이 파리협정에서 각국이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방안을 취합한 결과 이를 모조리 이행한다 해도 산업화 이전에 비해 금세기 말까지 섭씨 2도 이내로 대기온도 상승을 억제한다는 파리협정 목표는 달성 불가능하고 최소한 3도 이상 오를 것이라는 게 유엔 당국의 분석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각국 정상들에게 '더 많은 감축(more ambition)'을 호소하며 이번 회의를 연 배경이다.

그렇다면 과연 인류는 제대로 된 생존처방을 내놓을 수 있을까?

얼마 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를 보면 암울한 전망을 지우기 어렵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기후변화를 핵심의제로 삼고 특별세션까지 열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독일, 인도와의 양자회담을 핑계로 여기에 불참했다. 슬프게 웃긴 건 정작 메르켈 독일 총리와 모디 인도 총리는 기후변화 특별세션에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 측에서는 G7 회의에서는 세계 경제와 같은 '핵심이슈(core issue)'를 다뤄야지 기후변화처럼 '사소한 이슈(niche issue)'를 다루는 건 곤란하다고 항의했다는 후문까지 나왔다. 이대로 간다면 인류멸절까지 우려된다는 과학계의 경고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사소한 것이 되고 마는 걸까.

슬픈 코미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G7 회의에서 불길에 휩싸인 아마존을 구제하기 위해 2000만달러 규모의 긴급 지원책이 나왔지만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이를 '식민지 발상의 내정간섭'이라며 거절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기후변화를 부정하며 개발을 우선시하고 있는데 취임 직후 당초 브라질에서 열릴 예정이던 기후변화 총회(COP25)를 거부하기도 했다. 지구촌의 허파 아마존은 1분당 축구장 3개꼴로 숲을 잃어가며 지난 50년간 5분의 1 이상이 줄어든 상태인데 60%가량의 관할권을 갖고 있는 브라질이 이를 자국의 배타적 자산으로 몰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른바 '글로벌 코먼스(global commons)'와 상업적 이기주의의 대립이 오히려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리더십 부재에서 벌어지는 이런 우울한 광경과 달리 신기후체제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새로운 동력도 나타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거세지며 힘을 발휘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기성세대의 미온적 행동을 질타하며 세계적 등교 거부 운동을 일으킨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이번 기후정상회의와 더불어 열리는 '청년 정상회의'에 돛단배를 타고 등장할 예정이다. 기업도 새로운 변화의 축이 되고 있다. 구글과 애플 등은 RE100 정책을 통해 자사의 전력수요 10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데 글로벌 공급망에도 이를 요구해 국내 대기업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금일(29일) 국무회의를 열고 내년 6월 12개국 이상이 참여할 '녹색성장과 지속발전 2차 정상회의(P4G 2020)' 안건을 심의하고 의결할 것이라고 한다. 이를 계기로 다가올 신기후체제에서 한국의 저탄소 발전 항로를 정립하겠다는 구상인데 이것이야말로 정파와 이념을 초월해 힘을 모아야 할 일 아니겠는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until it's over)'라는 말을 되새기고 싶다.

[김상협 카이스트 지속발전연구 센터장·우리들의 미래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