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래 리포트

[이사장 칼럼] 미래에 대한 국가의 태도 혹은 방식

이사장칼럼
작성자
ourfuture
작성일
2020-02-13 11:20
조회
57
[이사장 칼럼] 미래에 대한 국가의 태도 혹은 방식

2020.02.13

곳곳에서 나라의 미래에 대한 얘기가 분출하고 있는 걸 보면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배경과 지향점은 각기 다르겠지만 대한민국의 `시제(時制)`가 과거에서 미래로 옮겨갈 수 있다면 반가워할 일이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날은 뒤가 아니라 앞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가는 어떻게 미래를 다뤄야 할까.

먼저 미래에 대한 정의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한자어로 `미래(未來)`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다. 국가가 미래를 이런 식으로 정의하면 미래 전략이나 정책은 성립되지 않는다. `아직 오지 않은 것`에 대해 고민할 공직자는 없기 때문이다. 피터 드러커는 그런 면에서 미래를 `이미 와 있는 것(the future that has already come)`으로 규정할 것을 강조했는데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 이미 와 있는 것 중에서 앞으로 `더 커질 기회나 위험`을 포착해 여기에 역량을 선제적으로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는 예측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는 드러커의 역설이다. #이렇게 볼 때 지금 나라를 휩쓸고 있는 `바이러스 패닉`은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2015년 메르스의 충격을 반복하는 `예고된 미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른 게 없는 것으로 체감된다. 세계경제포럼은 올 1월 발표한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를 통해 세계에 충격을 줄 10대 리스크 중 하나로 `전염병(infectious disease)`을 지목했다. 빌 게이츠는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최대 적으로 지구적 유행병, 즉 팬데믹(pandemic)을 손꼽으며 이를 자신이 설립한 재단의 최우선 대응 사업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한국 권부에서 이를 중요 의제로 다루고 있다는 얘기는 과문한 탓인지 들은 바 없다. 전염병 같은 건 어쩌다 한 번 오는 것이지, `이미 와 있는, 그리고 더 커질 위험의 미래`라는 생각이 없기 때문 아닐까? 그러지 않고서야 컨트롤타워 부재, 방역 인프라스트럭처 부족이라는 해묵은 문제가 지금까지 되풀이되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복합적으로 연결된 세계에서 전염병은 우리가 겪고 있는 미래의 일부이지, 전부는 물론 아니다. 기후변화를 필두로 한 기상 이변과 환경 파괴는 더 큰 충격으로 우리들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비롯해 빅데이터와 자율주행 모빌리티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살아왔던 세상을 뿌리부터 바꿔놓을 기세다. 여기에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이 웅변하듯 불평등 심화에 세계가 공감하고 있으며 세대 갈등과 일자리 위기, 금융시장 불안과 무역 마찰, 지정학적 충돌과 글로벌 협력 체제 붕괴 등 수많은 도전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베크가 갈파했듯 현대문명의 본질은 풍요 속 `위험사회`이며 이는 갈수록 세계화되는 모습이다.

#그런 면에서 미래를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부문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위험하다.

흔히들 정가에서는 첨단기술 전문가를 `영입`하고선 이를 미래를 대표하는 정책인 양 치부하곤 하는데 이는 필요조건의 하나일 뿐 충분조건이 되지는 못한다. 승차공유 사업 `타다` 사례에서 보듯 문제는 기술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규제 개혁과 사회안전망 모두가 미흡한 데서 비롯된다.

요컨대 복합적 미래에 대한 사회 전반의 공유된 인식과 준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나라가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정치 지도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달에 가는 것을 결정했습니다. 쉬워서가 아니라 어려워서입니다." 존 F 케네디는 1962년 인류 최초로 인간을 달에 보내는 아폴로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가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와 싸워야 전진한다`는 신념을 실천으로 옮겼는데 그의 진취적 리더십이 2020년의 한국에는 왠지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이른바 `촛불혁명`에 힘입어 출범한 정부의 지도자에게 요청됐던 시대적 책무는 `오래된 386`을 곁에 두고 적폐청산 과거형 정치에 몰두하라는 게 아니라 각계 인재들과 함께 `2017년발 미래 체제` 구축에 힘을 쏟아부으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김상협 카이스트 지속발전센터장·우리들의 미래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