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래 리포트

[설립인칼럼] 코로나시대 제주서 미래 본다

우미래생각
작성자
ourfuture
작성일
2020-09-10 14:48
조회
86
[설립인칼럼] [매일경제 세상읽기] 코로나시대 제주서 미래 본다

2020.09.10

제주도가 뉴스의 중심이 되는 건 태풍이 지나갈 때다. 한반도에 태풍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곳이 제주이기 때문이다. 북상하는 태풍이 한라산에 부딪혀 슬라이스가 나면 동쪽, 훅이 나면 서쪽으로 방향이 바뀐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는데 어쨌든 미디어에서는 태풍이 오면 제주를 제일 먼저 다룬다. 그게 기상의 미래를 알려주는 손쉬운 방법이라 여기는 듯하다.

# 제주에는 그러나 태풍 말고도 미래를 예감토록 하는 게 많다. 전국에서 전기자동차가 제일 많이 다니는 곳이 제주이고, 바람과 태양으로 작동하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도 전국 1위다. 지금처럼 바람이 거셀 때는 기존 전력망이 감당하기에는 풍력발전량이 너무 많아져 출력을 제한하는 `커테일먼트(curtailment)` 조치가 발동된다. 올 들어 벌써 수십 차례다. 이 아까운 잉여 전력을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대형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이미 나온 아이디어고, 이제 전기차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른바 `V2G(Vehicle to Grid)`, 즉 자동차와 전력망의 쌍방 연결이 그것이다. 전력이 넘치면 전기차가 이를 `다운로드`하고, 전력이 모자라면 전기차가 이를 `업로드`하는 에너지 프로슈머의 길을 열고자 하는 시도다.

때마침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을 통해 V2G가 가능한 차량을 내년 초 선보인다고 한다. 이것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실증과 더불어 유연한 전기요금체계 도입, 한전의 전력판매독점 문제도 해소돼야 한다.

하지만 제주는 2009년에 시작한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경험에 힘입어 이를 현실로 옮기고자 한다. 이뿐만 아니다. 잉여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방안, HVDC(초고압직류전송망)를 통해 육지로 `수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제주에는 드론 혁명도 진행 중이다.

두산은 연료전지 기술을 바탕으로 장시간 비행이 가능한 중형 드론을 날려 외딴섬에 약품과 비상식량을 전달하는 시연을 펼치는가 하면 GS그룹은 주유소와 편의점을 미래형 모빌리티의 충전, 물류기지로 탈바꿈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분산형 신원증명(DID)을 만들어 개인정보 침해 없이 방역체제를 구축하고 지역공동체의 경제활동을 지키려는 모습은 `자치방역`의 최전선을 보여준다.

# 제주에서 볼 수 있는 미래는 테크놀로지뿐만이 아니다. 제주가 설정한 `청정과 공존`의 비전은 코로나와 기후변화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절대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자연 유산과 더불어 해녀와 심방(무녀)이 살아 있는 마을, 감귤과 광어, 관광으로 일구는 생업,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도모하는 제주에는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세 가지 시제(時制)가 공존한다.

하지만 이런 제주에도 `로컬`이란 딱지가 따라다닌다. `로컬`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로커스`, 즉 장소에서 유래하고 있는데 신체의 일부라는 뜻으로도 쓰이게 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로컬은 변방이 아니라 전체를 구성하는 불가결한 존재다. 제프리 색스 같은 학자는 국가의 미래는 로컬이며 여기에 지속가능의 열쇠가 있다고 진단한다. 워싱턴특파원 시절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이 스스로를 `로컬 페이퍼`라며 오히려 이를 자부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

서울을 떠나 이달 초부터 제주에서 일하고 있다. 타성에서 벗어나 더 큰 세계를 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BTS 성공비결도 모든 멤버가 로컬 출신에서 오는 다양성 덕분이라고 한다. 의지가 있다면, 어느 곳이든, 로컬이 미래다.

[김상협 전 (사)우리들의미래 이사장, 설립인 (제주연구원장, KAIST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