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래 리포트

[설립인칼럼] 난폭한 `탄소중립` 독주, 차기정부 이어갈까?

우미래생각
작성자
ourfuture
작성일
2020-12-10 17:55
조회
197
[설립인칼럼] [매일경제 세상읽기] 난폭한 `탄소중립` 독주, 차기정부 이어갈까?

2020.12.10

문재인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전략을 지켜보는 심정이 착잡하다.

탄소중립의 시대적 요청에 적극 동참하자는 입장이지만 그 추진 양상이 이해당사자를 배제한 채 난폭한 독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은 에너지와 수송을 비롯해 경제 전반의 대대적 전환을 요구하는 것인 만큼 사회구성원의 폭넓은 합의와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 10월 28일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서 `탄소중립 선언` 한 줄이 들어간 지 불과 40일 만에 나온 이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건너뛴 채 일방통행, 졸속으로 흐르고 있다.

먼저 기업의 배제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구현하기 위해 철강과 석유화학, 반도체와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주력 산업이 부담해야 할 전환비용은 물경 1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구조조정과 대체산업 육성 등 제반사항을 감안하면 이를 훨씬 넘어설 만큼 한국 산업 역사상 최대 사안이지만 여기에 기업의 목소리가 반영된 흔적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기업은 국정의 파트너가 아니라 적폐이기 때문일까. 시민단체 출신들이 주도하고 있는 탄소중립 정책에는 기업을 `피고`로 몰고 가는 반(反)기업 정서가 농후하다.

야당 배제는 더욱 노골적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가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일명 `그린뉴딜기본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는데 여기에 야당과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는 아예 언급이 없다. 국가의 생존에 야당은 필요 없다는 발상일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처리처럼 밀어붙일 기색이 역력하다.

가장 큰 배제 대상은 국민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탄소세 신설, 경유세 인상 등을 통한 `기후대응기금` 조성을 예고하며 "국회에 제안된 그린뉴딜기본법에 설치 근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은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부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데 국민의 뜻은 묻지도 않은 채 이런 식으로 덜컥 발표부터 해도 되는 것일까. 서슬 퍼렇던 박정희 정권이 부가세 신설로 휘청거렸던 사실은 안중에도 없는 듯 현 정권의 위세가 대단하다. 이미 시행 중인 배출권 거래제를 제대로 끌고 가는 것만 해도 벅찬 일인데 탄소세 신설은 `이중 과세` 논란까지 빚을 수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도 불가피한데 누가, 언제, 어떻게 부담할지 국민은 모르고 있다.

돌이켜보면 현 정부 출범 직후의 급작스러운 `탈원전` 조치에 이 같은 배제와 독주의 뿌리를 찾을 수 있다. 탈원전은 국가 에너지 정책의 골간을 건드리는 중대한 사안이다. 따라서 이를 실행하려면 사회적 합의를 먼저 구하거나 최소한 대선 과정에서 공약을 내걸고 국민적 판단을 받아야 할 일이지만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에너지 헌법이라는 에너지기본계획에도 없던 내용이 상명하달로 불쑥 튀어나오니 그 불투명한 경위를 둘러싸고 감사원장과 검찰총장까지 조사를 벌이는 것 아닌가. 이 과정에서 정책 형성의 중추가 되어야 할 관료는 영혼 없는 기술자 신세가 되거나 범죄자가 되고 말았다. 대통령이 설립한 국가기후환경위원회에서조차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특보로 임명된 존 케리 전 국무장관도 차세대 원자력을 기후대응 에너지로 손꼽고 있지만 현 정부는 모르쇠일 따름이다.

정말로 중요한 문제는 이렇게 졸속, 독단으로 추진된 탄소중립 정책을 다음 정부가 과연 이어받을 것인지에 있다. 다시 강조한다. 필자는 탄소중립을 지지한다. 하지만 `정당한 절차(due process)`를 무시한 채 이렇게 중요한 정책을 이렇게 함부로 다루는 건 반대한다. 다음 정부를 누가 이끌지 모르지만, 이런 식이라면 현 정부 정책도 적폐로 취급받을 수 있고 그 혼란과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해주기 바란다. 다음 세대의 미래가 걸린 일 아닌가.

[김상협 (사)우리들의미래 전 이사장, 설립인 (제주연구원장, KAIST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