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래 리포트

[설립인칼럼] [기고] P4G 정상회의에서 ‘녹색 성장’ 이름을 뺀 이유

우미래생각
작성자
ourfuture
작성일
2021-06-15 17:43
조회
98
[설립인칼럼] [조선일보 오피니언] [기고] P4G 정상회의에서 '녹색 성장' 이름을 뺀 이유

2021.05.28

청와대는 이달 말 서울에서 열리는 ‘P4G 정상회의’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P4G 참여를 거듭 요청했다. 글로벌 다자 외교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문재인 정부로서는 임기 말에 열리는 이번 P4G 회의가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능가했으면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P4G는 ‘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의 줄인 말이다. 직역하면 ‘녹색 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다. 쉽게 말하면 ‘녹색 성장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리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 공식 사이트에는 이를 ‘녹색 미래 서울 정상회의’로 의역하고 있다. 왜 그럴까?

막후 일화를 잠깐 소개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을 지낸 필자는 2018년 1월 당시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이던 송영길 현 민주당 대표 요청으로 덴마크를 함께 방문해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2012년 대한민국이 GCF(녹색기후기금)라는 국제기구를 송도에 유치할 때 송 대표는 인천시장, 라스무센 총리는 GGGI(글로벌녹색성장기구) 의장으로 협력했던 인연이 있어 회담은 원만히 진행됐다. 2011년 한국과 덴마크가 맺은 녹색 성장 동맹의 중요성을 역설하던 라스무센 총리는 정색하더니 “문재인 대통령을 코펜하겐 제1차 P4G 정상회의 주빈으로 초청하고자 여러 노력을 기울였는데 응답이 없다”며 도움을 청했다. 문 대통령 후보 시절 선대본부장을 지낸 송 대표는 “녹색 성장은 초당적으로 가야 할 정책인 만큼 청와대의 협조를 꼭 얻어 내겠다”고 약속했다. 곡절 끝에 문 대통령이 유럽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2018년 10월 22일 덴마크를 방문, 제1차 P4G 정상회의에 참석한 내막이다.

그런데 3년 만에 서울에서 열리는 제2차 P4G 정상회의 공식 명칭에서 녹색 성장 이름이 빠진 이유는 뭘까? 국회 환노위 간사를 맡고 있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녹색 성장을 주도한 이명박 정권의 업적을 지우기 위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2009년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저탄소 녹색 성장 기본법까지 폐기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프랑스가 2015년 파리 기후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만든 법이 ‘녹색 성장을 위한 에너지전환법’이고 오는 11월 제26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를 개최하는 영국이 사용하는 용어도 녹색 성장인데 현 정부는 이를 없애려 한다는 것이다.

단지 이름만의 문제가 아니다. ‘탈원전’으로 내용도 달라졌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원자력을 ‘기저 발전’으로 삼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저탄소 에너지 믹스 정책을 펼쳤지만 현 정부는 원전 가동을 줄이는 바람에 온실가스가 오히려 늘어났다.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한 한국이 이에 따른 2030 온실가스 감축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건 탈원전 여파로 ‘탈석탄’이란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에서는 탈원전, 밖에 나가서는 원전 수출을 말하는 모순이 제 이름을 잃은 P4G와 묘하게 교차된다.

김상협 카이스트 초빙교수·전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