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래 리포트

[이사장 칼럼]한국에서는 이제 미래를 볼 수 없는가?

이사장칼럼
작성자
ourfuture
작성일
2020-01-02 09:21
조회
354
[이사장칼럼][매일경제_세상읽기] 한국에서는 이제 미래를 볼 수 없는가?

2020.01.02

신년 벽두의 시선은 `CES 2020`에 쏠릴 것 같다. 이달 7일부터 10일까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이번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는 전 세계에서 18만명가량 참석하는데 그중 한국인 등록자가 무려 9000명에 육박해 전체의 5%를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가히 `CES 코리아 열풍`이라 부를 만하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

1967년 가전제품 전시회로 시작한 CES는 이제 가전은 물론 인공지능과 뉴 모빌리티, 사물인터넷, 블록체인에 이르기까지 미래 산업을 망라하는 세계 최대의 종합전시회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기업인을 넘어 일반인들까지 유독 한국의 CES행이 두드러지는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내막을 좀 더 들어보면 "한국을 잠시라도 떠나 미래를 보고 싶어서 간다"는 얘기가 주종을 이룬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미래를 볼 수 없다`는 뜻인가. 사흘 전인 지난달 30일 국회의 풍경이 답변을 대신한다. 국회는 이날 논란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처리를 끝으로 2019년 본회의 일정을 마감했다. 문재인정부의 혁신성장을 뒷받침하는 대표 법안이라고 그토록 강조했던 `데이터 3법`은 아예 관심조차 끌지 못한 채 좌초됐다.

만약 집권당이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듯 데이터 3법을 밀어붙였어도 (아니 그 10분의 1만이라도 공을 들였어도) 같은 신세였을까?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오죽하면 연말 기자간담회에서 "데이터 3법은 미래 산업의 기본 중 기본인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막히는 걸 보면 울분이 올라 벽에다 머리를 박고 싶다. 우리나라의 중장기적 미래가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겠는가. 매일경제가 작년 한 해 동안 5대 그룹 총수의 공식 발언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미래 관련 키워드 언급이 31.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를 뒤집어보면 그만큼 미래에 대한 갈증이 크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여기서 현 정권이 미래를 대하는 태도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청와대에는 이명박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에도 있었던 미래 전담 수석이 아예 없다. 그 대신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걸고 과거를 파헤치는 실세 참모들이 가득하다. 소득주도성장을 설파하는 정책실장은 있어도 혁신성장을 이끄는 정책실장은 안 보인다.

규제혁파 `샌드박스`를 장담하지만 승차공유의 초보 사업인 타다 기소에서 보듯, 실제로는 샌드는 사라지고, 딱딱한 박스만 남은 모습이다.

와중에 현 정권의 공동창업을 자처하는 민주노총은 23년 만에 한국노총을 제치고 제1노총으로 등극해 정부와 1대1 교섭권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런 판국에 미래를 향한 기업가정신이 살아나겠는가.

구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필자에게 "구글은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야심작을 선보이곤 했지만 이제 그런 기류는 사라졌고 오히려 기피 대상이 되었다" 고 전했다. 모 그룹의 에너지 솔루션 담당 임원은 "회장이 `신산업은 한국보다 차라리 동남아시아에서 시작하라`고 지시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자녀들을 입학시킨 애드 아스트라(Ad Astra)라는 학교가 있다. 자신의 또 다른 회사 스페이스X 부근에 설립되었는데 만 8세에서 13세까지 30명 정도만 입교가 허용된다.

이 학교의 목적은 까놓고 말하자면 미래의 최종적 지배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른바 `알파 세대`를 이끌 문제해결형 리더십 양성소로 인공지능을 넘어서는 철학과 수학이 필수다. 한국은 그러나 이제 자율형 사립고 해체에 이어 대학입시에서 벡터와 행렬 출제를 금지하는 나라로 역행하고 있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 다른 나라의 알파 세대에게 지배당하는 미래를 만들겠다는 뜻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2020년 정초에 이런 글을 쓴다.

[김상협 카이스트 지속발전센터장·우리들의 미래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