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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칼럼] 대전환시대, 그린뉴딜을 소환하다

이사장칼럼
작성자
ourfuture
작성일
2020-05-07 09:56
조회
236
[이사장칼럼][매일경제_세상읽기] 대전환시대, 그린뉴딜을 소환하다

2020.05.07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중·장기 경기 부양 정책으로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한국판 뉴딜` 구상을 밝힌 이래 기획재정부를 위시해 각 부처가 분주한 모습이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이와 관련해 "과학기술 뉴딜, 디지털 뉴딜, 바이오 뉴딜, 그린 뉴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책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판 뉴딜의 핵심은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로 집약된다. 구체적 패키지는 이르면 5월 중에 마련돼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될 계획인데 상황에 따라서는 6월 21대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특히 `그린 뉴딜`은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총선 공약이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흥미로운 지점은 그동안 `적폐`라며 금기시했던 인프라스트럭처 사업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에서 단행했던 `그린 뉴딜`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 미래비전비서관으로서 50조원 규모 뉴딜을 기획했던 기억을 소환해 그 교훈을 찾고자 한다.

# 2008년 8월 15일 정부 수립 60주년을 맞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기념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 발전 패러다임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뒤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하면서 전 세계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 빠져들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금융에 취약한 한국이 가장 빨리 `가라앉는 배`가 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러니 중·장기 미래 전략인 녹색성장은 `시작도 하기 전에 문을 닫을 것`이란 악담이 나돌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달랐다. "위기는 새로운 기회일 수 있으니 대규모 경기 부양 정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이것이 녹색성장을 위한 미래 인프라와 성장동력 구축에 연결되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 필자는 먼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차관을 통해 평소에는 엄두를 내기 어려웠지만 일자리 창출과 미래 인프라를 위해 꼭 필요한 녹색 프로젝트가 있다면 임기 말인 2012년까지 소요 예산을 뽑아 달라는 요청을 했고, 그 결과 그린카와 청정에너지를 중심으로 대략 2조원 규모가 파악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전 부처를 대상으로 수요를 조사하고 조정한 결과 96만명 고용 효과를 목표로 50조원, 9개 핵심 사업 패키지가 마련됐다. 정식 명칭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녹색 뉴딜 사업`으로 2009년 1월 한승수 국무총리를 통해 국민보고 형식으로 발표됐다. 아힘 슈타이너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이를 두고 세계를 선도하는 그린 뉴딜이라고 평가했고 같은 해 취임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린 뉴딜을 거론했다.

중요한 건 결과다. 노동연구원이 2012년 조사한 결과 2011년까지 76만4000개가량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나타났는데 이는 `비녹색 분야`에 투자했을 때보다 25만명 이상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성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달성했는데, 반면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은 2010년 9.9%에서 2012년 0.4%까지 내려갔다.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그 동력으로 임기 말 배출권거래제법이 여야를 통과했고, 녹색기후기금(GCF) 본부 유치에도 성공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2013년 정권이 바뀌자 그린 뉴딜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경우 `정치적 감사` 논란을 거치며 지류·지천 후속 사업은 폐기 처분됐고 스마트그리드와 청정에너지 사업은 형편없이 축소된 채 석탄이 복귀했다. 이 시점에 과거 얘기를 꺼낸 이유를 `글로벌 그린 뉴딜`을 저술한 제러미 리프킨이 대신 설명해준다. "향후 어떤 정당이 집권하든 녹색 인프라 전환의 장기적 성공을 보장하려면 정책의 연속성과 모든 세대와 집단의 연대가 중요하다." 요컨대 그린 뉴딜은 다음 정권을 넘어 다음 세대를 위한 `협치`에 기반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상협 카이스트 글로벌전략연구소 지속발전센터장·우리들의 미래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