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조선일보] 한국보다 3배 비싼 전기료… 獨·덴마크 재생에너지의 그늘_박은호 논설위원

작성자
ourfuture
작성일
2018-10-26 10:03
조회
88
2018.10.25

태양광·풍력발전의 이면

탈원전·탈석탄을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는 독일과 덴마크를 모범 사례로 꼽는다. 각각 태양광, 풍력 발전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는 두 나라를 배우자는 것이다. 현재 1.2% 수준인 우리나라 태양광·풍력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100조원 들여 13.4%로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신규 원전 6기 건설 중단 등 원전은 퇴출, 재생에너지는 속도전으로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환경 파괴는 물론 현 정권 우호 세력에 보조금 몰아주기 같은 부작용도 이미 현실화한 상태다. 그러나 정부가 벤치마킹한 독일·덴마크는 정작 우리와는 사뭇 다른 과정을 밟았다. 태양광, 풍력에서 외형적 성장을 이뤘지만 유럽에서 가장 높은 전기료, 이산화탄소 다량 배출 같은 그늘도 안고 있다.

◇풍력 발전기 6000개 돌리는 덴마크

지난 19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P4G(녹색 성장을 위한 파트너십)' 회의장에선 덴마크의 놀라운 풍력 발전상이 소개됐다. 1990년 3%이던 풍력 발전 비중이 작년 세계 최고 수준인 43%를 넘었다. 전 국토와 해상에 5.7GW(기가와트) 규모로 깔린 6000여 풍력 발전기가 2020년이면 60% 이상 전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덴마크는 1971년 오일 쇼크 이후 본격적으로 풍력 발전에 뛰어들었다. 풍력 발전에 적합한 초속 5~10m 북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자원 삼아 해저 수십m 깊이에 100m가 넘는 풍력 발전기 기둥을 박는 등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피터 알렉산드슨 덴마크 풍력협회 커뮤니케이션팀장은 "2001년엔 풍력 발전기 날개 지름이 보잉747 항공기 폭(76m)과 비슷했지만 2016년엔 두 배가 넘는 164m 크기로 만드는 기술을 확보했다"면서 "지금은 풍력 발전 단가가 가장 싸다"고 했다. 독일 역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00년 6%에서 작년 36%로 늘린 데 이어 2050년엔 100% 달성 목표를 세웠다.

◇새마을 운동과 재생에너지는 다르다

한국은 덴마크를 이미 성공적으로 벤치마킹한 적이 있다. 1970년 싹을 틔운 새마을운동의 시발점이 덴마크였다. 1864년 프로이센 전쟁에서 패한 덴마크는 유틀란트 반도 비옥한 남쪽 땅은 독일에 빼앗기고 북쪽 황무지만 겨우 지켰다. 덴마크인들은 여기에 풀과 나무를 심고 개간해 오늘날 거대한 목초지를 갖춘 낙농 국가로 만들었다. 류태영 박사, 고(故) 류달영 박사 등이 덴마크 사례를 본뜨자고 박정희 대통령에게 건의해 대한민국 농촌 근대화를 이룬 새마을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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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코펜하겐 동쪽 북해(北海)에 설치된 ‘Horns Rev I’ 해상풍력단지. 높이가 100m 넘는 2MW(메가와트) 용량의 대형 풍력발전기가 560m 간격으로 80대 설치돼 있다. 덴마크는 작년 전력 생산의 43%를 풍력으로 공급했다. /덴마크 풍력산업협회 제공

그러나 재생에너지 분야는 다르다. 덴마크는 우리보다 바람 자원이 우수한 데다 70%가 산지인 우리와 달리 산이 없다. 가장 높은 지대가 170m 정도다. 인구는 우리의 11%밖에 안 되지만 태양광·풍력을 하기 좋은 평편한 국토 면적은 절반 수준이다. 재생에너지의 근본적 한계인 전력 공급의 간헐성 문제는 이웃 다섯 나라에서 전기를 사들여 해결한다. 작년 전력 소비량 중 14%를 노르웨이 수력 발전, 스웨덴 원전 등에서 사왔다.

덴마크 에너지협회 칼스턴 챠챠 수석 고문은 "이런 전력 거래가 없다면 우리도 '블랙 아웃'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비하면 우리는 외딴섬과 같다. 태양광·풍력 설비를 지었다가 운용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대처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이다.

◇"아이스크림 한 덩이"에 속은 독일 국민

독일·덴마크는 태양광·풍력 보급 등의 명목으로 전기료의 55~60% 이상을 세금·부가금으로 매긴다. 유럽에너지규제위원회(CEER) 자료를 보면 작년 전력 1kWh당 가정용 전기료가 독일이 398원, 덴마크 396원으로 EU 국가 중 1, 2위였다. 특히 독일은 최근 10년간 가정용 전기 요금이 67%나 증가했다. 녹색당 출신의 위르겐 트리틴 전 독일 환경부장관은 지난 2004년 "매달 전기 요금 고지서에 아이스크림 한 덩이 정도 푼돈이 더 붙을 것"이라고 했다. 독일 국민은 달콤한 말에 속은 셈이다. 작년 독일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원된 복지 예산보다 많은 약 250억유로를 재생에너지 지원금으로 썼다. 이 보조금은 해마다 더 커질 전망이다.

두 나라가 태양광·풍력에서 큰 발전을 이룬 요인으로 '정치권 합의'가 꼽힌다. 덴마크 녹색 성장 홍보 기관인 '스테이트 오브 그린' 이버 닐슨 수석 공보관은 "지난 40여 년간 완벽한 정치권 합의로 적어도 에너지 정책에 관한 한 일관성을 꾸준히 유지해왔다"고 했다.

좌·우·중도에 포진한 10곳 안팎 정당은 올 6월에도 2030년까지 풍력 발전 비중을 80%로 올리는 문서에 서명했다고 한다. 독일 역시 재생에너지법(2000년), 신규 원전 건설 금지 등을 담은 원자력법(2002년) 등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반면 우리는 사실상 난장판을 방불케 한다. 작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을 선언한 이후 한수원 이사회 주도로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신규 원전 백지화 등을 의결하면서 편법과 불법 시비에 휘말렸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덴마크가 40년 넘게 축적한 풍력 기술로 발돋움한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강점을 한껏 활용해야 한다"면서 "60년간 선진 기술을 배우고 개발한 우리 원전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MB 시절 '녹색 성장'… 文대통령 "계승할 것"

덴마크 순방 때 첫 언급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덴마크 P4G(녹색 성장을 위한 파트너십) 정상 회의 기조연설에서 "(대한민국은) 지난 10년간 녹색 성장 정책을 통해 성장을 유지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 강도를 줄이는 성공을 거뒀다"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추진한 녹색 성장이라는 말을 문 대통령이 국내외 공식 석상에서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안팎에선 "그동안 금기시돼 온 '녹색 성장'이 해금됐다"는 말이 나온다. 청와대 측은 "좋은 정책은 계승·발전시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의 녹색 성장은 이산화탄소 감축 등 기후변화 대응에 방점이 찍혔다.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설립과 유엔기후변화협약이 만든 녹색기후기금(GCF) 국내 유치 등도 이뤄졌다. 반면 현 정부가 작년 12월 만든 '8차 전력 수급 계획'은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서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탈원전 정책 등으로 인해 전력 1kWh당 이산화탄소 발생량(409g)이 이전 정부 때의 목표(393g)보다 올라간 것이다. 원전 중단을 강행하면서 빚어진 결과다. 원전을 줄이거나 원전이 없는 독일과 덴마크도 2016년 기준 국민 1인당 배출량이 11.4t, 9.3t으로 EU 평균(8.7t)을 크게 웃돈다.

[박은호 논설위원 uno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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